[권변의 에세이] "1심의 결과가 변경되어야 할 것 같네요"

Author
law
Date
2026-04-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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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피곤해서 침대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버겁다. 가끔 '만 번쯤 쉬고 싶다'는 강렬한 피로감으로 다가온다.

그럴 때면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나는 대체 왜 이 길을 계속 걷고 있는가?"

오늘 늘 그렇듯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해답을 찾았다.

1. 1년의 기다림, 그리고 한 문장의 힘

1심을 다른 변호사가 하다 패소한 사건에 나는 2심부터 투입되었다.

몇 번의 변론을 거친 후 변론이 종결되었는데, 선고기일이 계속 연기되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오늘 항소심 변론종결 후 무려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묵혀왔던 사건의 변론이 다시 열렸다.

상대방의 구두 변론이 이어졌고, 나는 내가 주장한 논리의 핵심을 담담히 말했다.

내가 말하자 상대방 변호사가 다시 반박을 하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긴 항변 끝에 재판장이 던진 한마디는 그 어떤 위로보다 뜨거웠다.

 










"~ 주장(우리 주장)대로 사실조회회신도 왔지요. 1심의 결과가 변경되어야 할 것 같네요."

 









항소심에서 1심의 판결을 일부 변경해야 하겠다는 재판부의 언급. 그 순간 10,000번쯤 쉬고 싶던 피로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피로가 씻겨내려가는 기분이다.

2. 전문가는 '결과'로 존재를 증명한다

세상은 가끔 낭만적인 참견을 한다. 힘들면 잠시 멈춰 서서 글이나 쓰고, 인생의 본질을 찾아보라고.

그러나 내 존재의 본질은 공허한 관념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헝클어진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승소의 법리를 찾아내어

'실체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최근 연이어 터진 승소 소식들과,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다시 찾아온 의뢰인들의 발걸음.

시장과 현장이 나라는 전문가에게 보내는 신호야말로 내가 이 일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모든 길이 고속도로처럼 시원하게 뚫리지는 않는다. 때로는 패소하며 뼈아픈 교훈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그 오답 노트들이 쌓여 이제는 승리의 공식으로 더욱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3. 내가 꿈꾸는 종착지, '할머니 변호사'

누군가 나의 최종 목적지를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할머니 변호사'라고 답한다.

말년에는 시골 마을에 내려가 누군가의 억울함을 달래주며 늙어가고 싶다.

나는 시골에 살아본 적이 없지만, 왠지 말년에는 시골에 가야할 것 같다. 자연에 가까워지고 싶다.

허리는 조금 굽었을지언정, 법정에서 내뱉는 논리만큼은 여전히 서슬 퍼런 할머니 변호사.

그 우아하고도 단단한 미래가 나의 꿈이다.

비록 내일 아침에도 "조금만 더 쉬고 싶다"며 눈을 뜨겠지만,

"1심 변경." 오늘 재판부의 이 한마디를 훈장처럼 마음에 품고,

나는 다시 일상을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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