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2. 5. 17. 선고 2010다28604 전원합의체 판결 [손해배상(기)][공2012하,1064]
【판시사항】
[1] 물권적 청구권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2] 국가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된 토지의 일부 지분에 관하여 갑 등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는데, 을이 등기말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국가는 을에게 원인무효인 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고 갑 등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유효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확정되자, 을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소유권보존등기 말소등기절차 이행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소유자가 자신의 소유권에 기하여 실체관계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등기의 명의인을 상대로 그 등기말소나 진정명의회복 등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권리는 물권적 청구권으로서의 방해배제청구권( 민법 제214조)의 성질을 가진다. 그러므로 소유자가 그 후에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이제 등기말소 등을 청구할 수 없게 되었다면, 이를 위와 같은 청구권의 실현이 객관적으로 불능이 되었다고 파악하여 등기말소 등 의무자에 대하여 그 권리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민법 제390조상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고 말할 수 없다. 위 법규정에서 정하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계약 또는 법률에 기하여 이미 성립하여 있는 채권관계에서 본래의 채권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그 내용이 확장되거나 변경된 것으로서 발생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등기말소청구권 등의 물권적 청구권은 그 권리자인 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하면 이제 그 발생의 기반이 아예 없게 되어 더 이상 그 존재 자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는 선행소송에서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등기청구가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청구권의 법적 성질이 채권적 청구권으로 바뀌지 아니하므로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장 양승태,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의 별개의견] 청구권이 발생한 기초가 되는 권리가 채권인지 아니면 물권인지와 무관하게 이미 성립한 청구권에 대하여는 그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을 인정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아니하며, 이를 허용할 것인지는 법률 정책적인 결단이므로, 이미 대법원에서 이를 허용하여 채권에 못지않게 물권을 보호하는 견해를 취한 것은 구체적 타당성 면에서 옳고, 확정판결을 거쳐 기판력이 발생되어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보이며, 장기간 이와 같은 견해를 유지하여 온 판례들을 뒤집어 물권 내지는 물권자의 보호에서 후퇴하여야 할 이론적·실무적인 필요성이 없다. 따라서 선행소송에서 본래적 급부의무인 소유권보존등기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현존함이 확정된 경우, 그 이행불능 또는 집행불능에 따른 전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2] 국가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된 토지의 일부 지분에 관하여 갑 등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는데, 을이 등기말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국가는 을에게 원인무효인 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고 갑 등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유효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확정되자, 을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 등의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으로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상실한 을이 불법행위를 이유로 소유권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애초 국가의 등기말소의무 이행불능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논할 여지는 없고, 또한 토지의 소유권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을의 청구에 대하여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소유권보존등기 말소등기절차 이행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이와 달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와 처분권주의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214조, 제390조 [2] 민법 제214조, 제390조, 민사소송법 제20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다17161 판결(변경)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8다53638 판결(변경)
【전 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0. 3. 18. 선고 2009나85122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경기 화성군 팔탄면 매곡리 (지번 생략) 임야 5,109㎡(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에 관하여 1974. 6. 26. 피고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었고, 이 사건 토지 중 각 5,109분의 2,554.5 지분에 관하여 1997. 12. 2.자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1998. 1. 22. 소외 1 및 소외 2(이하 ‘ 소외 1 등’이라고 한다) 앞으로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 소유권보존등기(이하 ‘이 사건 소유권보존등기’라고 한다)의, 소외 1 등을 상대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 각 말소등기를 청구한 소유권보존등기말소 등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94375호)에서 법원은 2009. 4. 2.에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인용하고, 소외 1 등에 대한 청구는 이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 이유는, “원고의 선대인 소외 3이 이 사건 토지를 사정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피고 명의의 이 사건 소유권보존등기는 원인무효이므로, 피고는 소외 3의 재산을 최종적으로 단독상속한 원고에게 그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고, 한편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외 1 등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한 2008. 1. 22.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소외 1 등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등기”라는 것이다. 이 판결은 2009. 4. 30.에 최종 확정되었다(이하 이를 ‘이 사건 선행소송’이라고 한다).
나. 이어서 원심은 원고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소유권보존등기는 원인무효의 등기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상속한 원고에게 위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 명의의 이 사건 소유권보존등기에 터잡아 소외 1 등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이후 이 사건 선행소송에서 소외 1 등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유효한 것으로 인정됨에 따라 피고의 위 말소등기절차 이행의무는 결국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위 말소등기절차 이행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피고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배척하고, 그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하여는, 피고의 소유권보존등기 말소등기절차 이행의무는 위 소송에서 원고의 패소판결이 최종 확정된 때인 2009. 4. 30.에 이행불능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그 당시의 이 사건 토지의 시가 상당액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2. 그러나 원심이 피고의 말소등기절차 이행의무가 이행불능되었음을 이유로 그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인정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소유자가 자신의 소유권에 기하여 실체관계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등기의 명의인을 상대로 그 등기말소나 진정명의회복 등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권리는 물권적 청구권으로서의 방해배제청구권( 민법 제214조)의 성질을 가진다. 그러므로 소유자가 그 후에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이제 등기말소 등을 청구할 수 없게 되었다면, 이를 위와 같은 청구권의 실현이 객관적으로 불능이 되었다고 파악하여 등기말소 등 의무자에 대하여 그 권리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민법 제390조상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고 말할 수 없다. 위 법규정에서 정하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계약 또는 법률에 기하여 이미 성립하여 있는 채권관계에서 본래의 채권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그 내용이 확장되거나 변경된 것으로서 발생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등기말소청구권 등의 물권적 청구권은 그 권리자인 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하면 이제 그 발생의 기반이 아예 없게 되어 더 이상 그 존재 자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는 이 사건 선행소송에서 이 사건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등기청구가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청구권의 법적 성질이 채권적 청구권으로 바뀌지 아니하므로 마찬가지이다 .
그렇게 보면, 비록 이 사건 선행소송에서 법원이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그 소유권보존등기를 말소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등기말소청구를 인용한 것이 변론주의 원칙에 비추어 부득이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미 소외 1 등의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상실한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원고가 불법행위를 이유로 소유권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애초 피고의 등기말소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논할 여지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와 달리 물권적 청구권인 말소등기청구권의 이행불능으로 인하여 전보배상청구권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다17161 판결,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8다53638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나. 한편 원고는 소장에서 청구원인으로 다음과 같은 취지로 주장하였다. 즉 원고 소유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피고가 위법한 방법으로 자신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하였다. 그 후 이 사건 토지를 소외 1 등에게 매도하여 소외 1 등이 등기부 시효취득함으로써 원고가 소유권을 상실하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한 데에 위법성과 귀책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다투었다. 그리고 원고는 피고의 과실상계 주장에 대하여, 고의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피고는 과실상계를 주장할 수 없다고 다투었다.
이상과 같은 사정에 의하면, 원고의 청구원인은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소유권 상실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임이 명백하고, 원고가 그 후 청구원인을 변경하였음을 인정할 자료는 기록상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의 청구원인을 위에서 본 대로 ‘소유권보존등기 말소등기절차 이행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라고 함부로 파악하고, 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물권적 청구권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처분권주의에 위반하여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 판결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 대하여는 대법원장 양승태,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양창수의 보충의견이 있다.
출처 : 대법원 2012. 5. 17. 선고 2010다28604 전원합의체 판결 [손해배상(기)] > 종합법률정보 판례